너무 재미있는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2, 3]
너무 재미있게 시리즈 2, 3권까지 하루 만에 다 읽은 책,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입니다.
일단 제목부터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님이 서울에 자가를 마련한 성공담일까? 이런 흐름을 예상하며 책을 펼쳐봅니다. 김 부장의 이야기는 첫 장부터 김 부장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들어줍니다. 단순하고 간결한 문체에 위트가 더해지는데, 흡입력이 장난 아닙니다. 그러나 글 속에 드러나는 작가의 메시지는 단순하지도 가볍지도 않습니다. 자꾸 곱씹어보게 만듭니다. 아, 너무 재미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와 그들이 처한 상황들이 하이퍼리얼리즘 그 자체여서 그런 걸까요... 글을 읽다 보면 캐릭터의 이입하게 되더라고요. 내 안에도 김 부장, 송 과장, 정 대리, 권 사원이 있었습니다. 나와 오버랩되는 캐릭터의 생각이나 상황들이 완전 공감이 가고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 에피소드는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만듭니다.
작가는 삼겹살, 계란말이, 햄버거, 옥수수수염차(앗, 옥수수수염차는 김 부장 원픽 음료 아닙니까? ㅎㅎ)를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11년 차 직장인!!이라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5세 이전에 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29세부터 꾸준한 독서와 투자를 했다는 것, 또한 비범하십니다.^^
이런 작가의 삶의 태도와 목적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은 송 과장님 캐릭터나 에피소드에 많이 녹아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송 과장이라는 인물이 저의 멘토였다면 저도 많이 성장했을 것 같습니다. 송 과장님 주변인물들 너무 부럽습니다. ^^
1권 : 김 부장 이야기
김 부장은 전형적인 꼰대입니다.
연봉 1억의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본인의 생각이 진리인 단순한 사고방식의 갑질을 즐기는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자기애!! 명품을 걸친 자신을 보며 벅차합니다. 커피숍 하나에도 등급을 매기며 그랜저를 몰며, 10년 전 산 서울의 아파트 시세가 2배가 되었다며 본인을 부동산 투자의 달인이라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우월감이 하늘을 찌르는 인물!! 그러나 부동산 투자의 성공 이면에는 현명한 아내의 설득이 있었습니다. 정작 본인은 집값은 떨어질 거라며 매수에 부정적 의견을 가졌으니까요. 결과가 좋으니 본인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밉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밉상, 진상 캐릭터 김 부장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게 사이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인간적 캐릭터인 김 부장이 안타깝고 잘 헤쳐나갔으면 하고 응원도 하게 되더라고요. 독자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를 테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저는 김 부장의 아내에게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아들의 가정환경 설문지에 '자가'라고 거짓 표시를 한 이후, 내 집을 가져야겠다는 목표가 생긴 아내는 발품을 팔아 부동산을 돌아다니고 바깥공기를 마시고 틈틈이 공원에서 산책도 하며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한 감정을 극복합니다. 그녀는 내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끝없는 우울함에 허우적 댈 거라는 걸, 모든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다 가졌다고 해서 나도 다 가질 필요가 없으며 그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인생이라고 정의합니다. 자신을 다잡으며 스스로 정한 목표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당당하고 멋진 어른이구나 싶었습니다.
1권을 읽으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김 부장의 스토리에 더해 현명하게 자신의 삶을 비옥하게 만들어가는 또 다른 주변인을 통해서 인생의 목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권 : 정 대리와 권 사원 이야기
3권 : 송 과장 이야기
2권과 3권에서는 김 부장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동료들, 스스로를 욜로족이라 칭하며 자신을 과시하는 삶을 살기로 한 정 대리와 부푼 꿈을 안고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본인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방황하며 본인이 앞으로 살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결정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권 사원, 그리고 가장 기대감을 갖게 만든 송 과장의 이야기가 연결됩니다.
2권이 2030들의 삶과 고민들을 녹여냈다면, 3권에서는 송 과장의 이야기로 경제적 자유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적 자유에 대한 송 과장의 멘토라 할 수 있는 박 사장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송 과장의 이야기에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에 집착하는 것, 예를 들면 내가 키만 컸더라면, 금수저였더라면, 머리가 좋았더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등의 가정들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 번쯤은 그런 생각들로 과거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기에 한계를 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오랜만에 재미있고 유익한 책 잘 읽었습니다. 당분간 김 부장님과 송 과장님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데 김 부장님을 연기할 배우가 누구일까요? 매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