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뮤지엄 관람일 것이다. 나 역시도 파리에서 비교적 오래 머문 탓에 틈틈이 뮤지엄들을 둘러보았었다. 매월 첫 번째 일요일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뮤지엄들이 있어서 무료 관람도 했었고 꽤 긴 시간 동안 줄을 서서 입장하기도 했었는데 단기간에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다면 파리 뮤지엄 패스를 구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뮤지엄 패스는 2일 패스, 4일 패스, 6일 패스까지 다양하게 있으니 패스 이용 기간 내에 여러 곳을 둘러볼 예정이라면 가격도 합리적인 것 같다. 뮤지엄 패스는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할 필요가 없이 박물관과 명소를 뮤지엄 패스 전용 출입구를 통해 이용하기 때문에 줄을 덜 서고 빠른 입장이 가능하다. 매우 편하고 시간도 단축되고 좋은 것 같다. 뮤지엄 패스로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 센터, 베르사유 궁전, 퐁텐블로 궁전, 항공우주박물관, 개선문까지 많은 곳들을 둘러볼 수 있다.
사실 도슨트 없이 미술관을 둘러볼 때,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의 여부가 관람 시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다. 때문에 [파리 미술관 산책]은 파리를 다녀와서 발견한 책이라 좀 아쉽기도 했다. 미술관에 방문했을 때 내 손에 들려있었다면 관람 시 재미가 배가 되었을 텐데, 그 당시에 이 책을 소지하고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책은 다음을 기약하며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다.
- [파리 미술관 산책] 목차
- 루브르 미술관
-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 오르세 미술관
- 오랑주리 미술관
- 로댕 미술관
- 퐁피두 미술관
- 유럽사진 미술관
- 베르사유 미술관
- 로댕 미술관
많은 미술관 중에서 내가 파리를 방문해서 가장 처음으로 갔던 미술관이 로댕 미술관이다. 로댕 미술관은 파리 7구에 있는 미술관이다. 로댕의 작품과 로댕이 수집한 미술품을 중심으로 소장하고 있는데 미술관 건물은 1908년부터 로댕이 사망한 1917년까지 그가 아틀리에로 사용하고 살았던 비론 저택이다. 이 건물은 1911년에 프랑스 정부가 매입하였고 로댕은 자신의 작품과 소장품을 국가에 기증하면서 이 저택을 박물관으로 남겨달라 제안했다고 한다. 메트로 Varenne역에서 도보 2분이며 앵발리드 옆에 위치해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로댕이 야외에 전시하기를 원했던 작품들 중에, <지옥의 문>은 직사각형의 검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는 악마와 갈비뼈가 드러난 해골 같은 모습의 인간, 지옥에 빠지지 않으려는 듯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모습이 매우 역동적이고 세밀한 움직임으로 표현되었다. 거기에 검은색의 청동 소재를 사용해서인지 더욱 기괴하고 처절함이 느껴지기까지 해서 사실 많이 놀랐던 작품이다. 역시 로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지옥의 문 위를 보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보인다. 한참을 보다가 그 부분을 발견했을 때 그는 그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에 대해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저자도 의문을 가졌으나 딱히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은 결국 답은 각자의 생각 안에 담기게 하려는 장치였을까? 어쨌든 이 조각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로댕 미술관에서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작품은 역시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 작품의 주위에는 나무가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 그가 있다. 관람객들이 깊은 감상에 잠길 수 있도록 배치를 한 것인지 오롯이 작품에만 시선이 머물게 되는 멋진 공간 연출이라서 많이 기억에 남는다.
로댕의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사람의 몸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만들었을까 싶다. 그래서 작품들의 담긴 그의 생각을 읽고 싶어 진다. 그러나 나의 지식은 얕아서 작품의 히스토리를 모르고 놓친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특히,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방이 있는데 정원이 너무 좋아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느라 이 장소의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적은 시간을 보냈던 탓에 아쉽게도 많은 부분을 책을 통해 채운 것 같다.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들에 대해서 적지 않은 분량의 내용을 알게 해 준 저자가 고마웠다.
카미유 클로델은 로댕을 사랑하고 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였지만 버림받고 비극적인 삶을 산 여인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불행과 가난에 시달리며 3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가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로댕에게 묻히기에는 너무 큰 재능을 가졌기에 많이 안타깝다. 저자도 그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여행 관련 정보를 주는 것 같은 접근법에 있다. 단순하게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설명만 했다면 흥미가 반감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면, 로댕 미술관에서 가까운 앵발리드나 에펠탑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에 대한 설명들에 더해서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더해준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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