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위인전을 좋아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삶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유독 위인전은 다른 책들보다 자주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커서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에 해외 유명 브랜드를 설립한 패션 디자이너들의 일대기가 담긴 책들을 자주 봤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덕질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과정과 그들의 작품들, 컬렉션을 찾아보며 행복을 느꼈었다.
이런 감정들이 이 책을 보면서 살아났다. 한때이긴 했지만, 그들의 삶을 덕질했던 열정 넘쳤던 과거의 내가 생각났다. 그리고 수록된 아이템들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패션의 탄생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히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샤넬, 페라가모, 에르메스, 루이 뷔통, 발렌시아가, 버버리, 구찌, 프라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에서 마크 제이콥스, 알렉산더 맥퀸 등 26명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들과 그들이 만든 브랜드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들이 어떠한 천재성과 열정을 지녔는지, 창조적 영감과 그들이 사랑한 뮤즈는 누구인지, 어떤 과정으로 현재의 브랜드를 발전시키고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가 텍스트로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만화의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전개된다.
여기에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졌다. 이 책의 저자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수록된 디자이너의 상품들은 모두 그 당시 선보였던 실제 상품이다. 깔끔하면서도 각각의 특징을 잘 포착해낸 일러스트레이션이 디자이너의 작품을 감각적으로 재현했다. 그래서 페이지마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디자이너들은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현대 패션사의 흐름을 이해하기도 쉽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명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명품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원한 스테디셀러 향수 ‘샤넬 넘버5’, 몇 년이나 기다려야 살 수 있다는 에르메스의 ‘버킨 백’, ‘3초 백’이라는 별명을 얻은 루이뷔통의 ‘모노그램 백’ 등 전설적인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들은 너무 흥미롭다. 이들이 명품이라 불리는 이유가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중에서도 6장에 가브리엘 샤넬은 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인 그녀는 몸에 붙지 않으며 기장이 짧은 원피스를 만들어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켰고 그 당시 혁신적인 스타일의 디자인들을 선보이며 명성을 쌓았다. 영원한 스테디셀러 트위드 슈트에서부터 퀼팅 백, 샤넬 넘버5 향수까지 현대 여성 복식사에서 그녀가 이루어낸 모든 스타일은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변치 않고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들도 다뤄진다. 카바레 가수였던 그녀를 상류사회로 이끌어준 사람, 부티크를 설립하도록 후원해 준 사람, 영국의 부호인 웨스트민스터 공작,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랑에 빠진 독일 장교 등이 그녀의 연인이었다. 이런 스토리들이 그녀의 디자인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26명의 디자이너의 스토리는 대부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미있게 술술 읽혔다.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핵심만 추려서 간결하고 쉽게 정리된 내용이 매우 알차다.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서 패션에 관심이 있거나 명품이라 불리는 여러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됬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봤으면 좋겠다.
출처: 강민지(2011), 「패션의 탄생」, 루비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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