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움미술관
한남동에 자리 잡고 있는 리움미술관은 상설 전시를 위한 두 개의 공간이 있고, 미술관 입구에는 아동교육문화센터가 있다. M1, M2의 전시관에서는 이미 널리 공인받은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방문하고 있다. 현재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 [마우리치오 카텔란(WE)], [리움 소장품(고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홈페이지에서 예매 후에 방문하면 된다.
리움미술관은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3명의 세계적인 건축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M1의 전시 공간은 스위스의 건축가인 미리오 보타가 디자인했다. 흙과 불을 상징하는 테라코타 벽돌로 우리나라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M2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했는데 세계 최조로 부식 스테인레스 스틸과 유리를 사용하여 현대미술의 첨단성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미술관의 건축물은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인 렘 쿨하스가 맡았다. 블랙 콘크리트를 사용한 블랙박스를 선보이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미래적인 건축 공간을 재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의 미술관을 위해 개성이 다른 세 명의 건축가를 모은 것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자체로도 리움미술관은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 되고 있다.
- 전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
리움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도자기를 주제로 한 기획전이라고 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이 나지 않아 미루다가 지난주에 다녀왔다. 도자기에 조예가 깊거나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고미술을 보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리움미술관에 전시 개요에서 조선백자에 담신 군자의 풍모가 담겨있다는 해석 자체가 흥미를 이끌기도 하였다.
1부 "절정, 조선백자"에서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백자 중 최고 명품들을 모은 공간이라고 한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조선 백자가 59점 중에서 절반이 넘는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각각의 백자들이 모여있는 공간은 전체적으로 블랙톤의 배경에 조명을 받아 빛나는 백자의 형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각각의 백자들은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내뿜으면서 영롱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이 갔던 백자는 조선 18세기에 만들어졌다는 국보 달항아리!! 백자 특유의 색감에 군데군데 얼룩이 진 것처럼 브라운 톤의 색이 배어있다. 이 항아리에 담겨 있던 기름이 밖으로 배어 나온 건지, 외부에서 오염이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흔적이 마치 염료가 스며들어 번지듯 효과를 준 것 같이 매우 멋스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15세기 보물인 백자상감 연화당초문 병은 살짝 무광의 음각으로 새겨진 무늬가 돋보였다. 그리고 15~16세기의 보물 백자 호!! 그냥 깔끔 그 자체의 백자 항아리는 특유의 색감과 광택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여러 기법으로 만들어진 백자들을 뒤로하고 아래로 내려가면 2부가 시작된다. 2부는 청화백자들을 볼 수 있는데 왕실과 사대부의 위엄과 품격, 변화의 흐름을 조명한 전시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리움미술관 소장의 18세기 백자청화 운룡문 호이다. 이 청화백자는 미디어로도 세세하게 그 문양을 확대해서 볼 수 있고 그 의미들도 상세하게 적혀있어서 보는 재미와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1. 용의 모습
청화백자는 하얀 바탕에 코발트 안료로 장식한 백자를 말한다. 조선 전기에 제작된 이 청화백자는 원칙적으로는 왕실에 한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기도 광주 관요의 왕실용 가마에서 제작되었던 만큼 왕실의 위엄화 권위를 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의 고문헌에서 용의 모습을 묘사하기를 "용은 몸애 비늘이 있는 동물 중 우두머리로서 그 모양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2. 뿔과 발톱
용을 그려 넣은 조선백자는 다수 존재하지만 용의 뿔은 생략되는 경우도 있고, 발톱의 경우 세 개나 네 개로 표현되기도 한다. 전시된 작품 속 용은 두 개의 뿔과 다섯 개의 발톱이 모두 표현되어 강력한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용은 왕실의 존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특히 용이 가진 두 개의 뿔과 다섯 개의 발톱은 황제의 상징으로 여겨져 원나라에서는 이 문양이 들어간 옷을 입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3. 여의주와 상서로운 기운
여의주는 용의 턱 아래에 있다는 영묘한 구슬을 의미하는데 이 백자에서는 여의주가 용 근처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뻗어나가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마치 불을 뿜어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여의주에서 나오는 상서로운 기운을 표현한 것이다. 이 상서로운 기운은 용의 몸체에도 적용되어서 굽은 목뒤에 두 개의 기둥이 뻗쳐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4. 구름과 산
조선백자에서 나타나는 용의 모습은 대부분 구름과 더불어서 묘사되는데 이 백자에서도 구름은 용의 아래에 표현되어 있다. 초능력을 가진 용의 신비스러운 모습이 구름으로 인해 극대화되는 느낌이다. 항아리 아래에는 산을 표현한 무늬가 그려져 있다.
운룡문 항아리의 구름은 중앙의 뭉쳐있는 부분에서부터 네 방향으로 퍼져나가듯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리움미술관의 최대 장점은 넓게 트인 공간에서 매우 매우 퀄리티 좋은 전시를 무료로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백자와 관련된 전시의 경우에도 국보, 보물인 도자기를 이렇게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매우 좋았다. 이 전시는 5월 28일까지이고 아직 예약이 가능하니 시간이 될 때 방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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