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을 봤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을 재미있게 봤기에 기대가 컸다. 감독이 이 영화에 대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는 로드무비’, ‘문을 여는 것이 아닌, 닫으러 가는 이야기’, ‘영화관을 찾는 이유가 될 만한 작품 만들기를 목표’로 한 작품이라고 했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감독의 목표를 확실히 이뤄준 것 같다. 영화는 일본 전역으로 재난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문을 닫으러 가기 위해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는 로드 무비가 맞다. 그리고 빛을 잘 다루는 감독이 만든 멋진 영상미를 대형 화면으로 보고 싶어서 코로나19 이후로 가지 않았던 극장을 3년 만에 찾게 만든 영화이다. 나조차도 말이다. 더불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만드는 상황에서 오는 다이나믹한 코믹함이 영화 초반을 이끌어 나가며 액션 장면에 힘을 주어서 빠져들며 봤다.
줄거리는 규슈 미야자키현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소녀 스즈메가 가문 대대로 미미즈(지진을 일으키는 검고 붉은 기운을 뿜어내는 에너지인데 폐허가 된 장소에서 생긴 문을 통해 세상으로 나와 지진을 발생시키는 것)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문을 지키는 소타라는 대학생을 만나 함께 문을 닫아가는 모험을 다룬 판타지 장르의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짧게 정리할 수 있겠다.
영화는 몽환적인 밤에 초원 속의 폐허를 돌아다니며 엄마를 찾는 어린 스즈메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이모와 살고 있는 스즈메는 학교를 가던 중 소타와 마주치게 되고 폐허를 찾는 그에게 장소를 알려준다. 그러나 이상한 기시감에 소타를 찾아 폐허가 된 온천으로 간 스즈메는 의문의 낮선 문을 보게 되고, 그곳에서 고양이 모양의 석상을 빼낸다. 그러자 석상은 얼음결정체로 변하다가 갑자기 생명체로 변하며 도망가 버린다. 무서움에 도망친 스즈메는 학교로 돌아오지만 폐허가 위치한 곳에서 거대하게 뻗어나가는 검붉은 연기와 같은 무언가를 보게 된다.
다시 폐허를 찾은 스즈메는 검붉은 연기같은 것들이 빠져나오는 문을 힘겹게 닫으려고 하는 소타를 발견하고 그를 도와 문을 닫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자신이 빼낸 석상이 미미즈를 억누르고 있던 두 개의 요석 중 하나임을 알게 된다. 그 후 고양이로 변해 자신 앞에 나타났다가 소타를 의자로 만들고 도망가는 요석을 쫒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열린 문들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미미즈가 등장하는 폐허 지역들은 모두 현실에서 재난이 있었던 곳이거나 그 인근이다. 스즈메가 살고있는 규슈의 미야자키현은 직접적인 피해 지역은 아니지만 2016년 구마모토 지진이 있었고, 두 번째 지역이였던 시코쿠의 에히메현에서 잠깐 언급되는 ‘3년 전의 산사태’ 역시 2020년 7월 일본 서남부 지역에서 일어난 폭우로 인한 산사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 번째 방문지 고베는 1995년의 효고현 남부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있었던 지역이고, 네 번째 방문지 도쿄도 1923년에 관동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마지막 종착지이자 스즈메의 고향으로 가기 위해 미야기현을 거쳐 이와테현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이 지역은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실제 재난 피해가 있었던 지역들이 배경이 되었고 감독이 직접 로케이션 헌팅을 하며 만장이 넘는 사진을 수집하는 등 배경 묘사에 공을 들였기 때문인지 재난 발생지역의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장소가 잘 묘사되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이 영화는 보기 전에 가볍던 마음과는 달리, 보고 난 후에 뭔가 묵직한 감정이 몰아쳤다. 감탄을 부르는 영상미와 흥미로운 액션 장면, 흑막인가 귀요미인가 경계가 모호했던 고양이와 잘생긴 남자주인공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러닝타임의 80%는 의자가 되어버린 하찮고 다정한데 짠했던 소타, 그리고 아픈 기억이 있지만 단단한 마음을 가진 스즈메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코믹한 상황 전개까지 더해져 웃음을 자아내는 흥미로움이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에서 미미즈들이 빠져나오는 문을 닫기 위해 문이 열린 폐허가 된 장소에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 장소에서 가족과 연인 또는 친구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거운 추억을 쌓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이 때 소타가 지니고 있던 목걸이 열쇠가 힘을 얻어 푸른 빛이 형성되고 그 크기가 커지면서 문을 닫을 수 있는 동력을 얻는 설정이 있다.
한때는 너무나도 평범하게 일상을 보냈던 마을이나 놀이공원 학교 등의 일상적인 장소들이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겪고 난 이후에 그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떤 아픔을 이겨냈는지를 곱씹어 보게 되니 영화를 본 이후에 헤아릴 수 없는 감정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실제 사건들이 배경이 되었기 때문에 더 와닿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재해로 폐허가 된 곳에 살았던, 살아남아서도 고통 속에 살고 있을 또 다른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일까? 이 영화에서의 ‘문’이 주는 의미가 너무나 커서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계속 생각이 났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좋은 영상미의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어 좋았고,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게 해준 묵직한 영화라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현재의 삶의 감사하고 앞으로도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인들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재난없이, 아픔없이, 어려운 일 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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