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는 것 같다. 떠나고 싶어서 마음이 들썩인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당장 떠날 수는 없기에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방송을 보다 보면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가봤던 곳은 눈여겨보게 된다.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촬영지인 캄보디아도 그렇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 때문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더 몰입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출연진들은 앙코르와트 유적지 내 숙소에서 묵으면서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나의 여행과 비교했을 때, 매우 쉽고 자유롭게 유적지 내에서 움직일 수 있으니 매우 좋아 보였다. 특히, 일출을 보기 위해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약간 부럽기도 했다.
나는 새벽부터 시내에서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와트 입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눈도 잘 안 떠지는 흉한 몰골로 사진을 찍고 티켓을 구매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피곤하게 이동했던 것 같다. 신비로운 앙코르와트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말이다. 하지만 기상 상황이 좋지 못해서 일출은 보지 못했다. 캄보디아는 태국에서 국경을 넘어 긴 시간 동안 이동해서 갔기 때문인지 보고 싶었던 것들은 웬만하면 차질 없이 잘 보고 싶었는데 그 부분은 많이 아쉬웠다.
비행기를 타면 가장 좋았겠지만 태국 방콕에서 육로를 이용해 이동하기로 결정이 되어 캄보디아 국경까지 가는 카지노 버스를 이용했었다. 버스를 타고 태국 출국 심사장과 캄보디아 비자발급, 입국심사를 거쳐야 했고, 그 후에는 숙소가 있는 씨엠립 시내까지 택시로 이동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장시간 이동으로 힘이 들어서인지 보상심리가 발동했던 것 같다. 많이 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나는 공부가 부족했다. 힘들게 갔으니 많이 볼거다!!라는 의욕은 넘쳐나서 열심히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과연 잘 봤던 걸까? 앙코르와트는 표면에 드러난 신비한 외형만이 다가 아니다. 물론 이것 자체도 매우 대단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내재된 이야기들이 있다. 반드시 공부를 하고 가야 한다.그게 아니라면 유적지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앙코르와트는 역사적인 배경, 이들의 문화, 건축물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아야 더 재밌다. 하나의 부조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900년 전에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던 크메르 제국의 사람들에게 무조건 경외감이 생긴다. 눈이 즐겁다. 보고 추측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나 수많은 부조들 중에서도 창세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우유 바다 휘젓기’나 1층 회랑에 새겨진 수리야바르만 2세의 모습은 기억에 없다. 그냥 지나친 것 같다. 너무 아쉽다.
-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의 앙코르(Angkor)는 왕조를 뜻하고 와트(Wat)는 사원을 뜻하기 때문에 ‘왕조의 사원’이라고도 하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불교의 성지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사원이다. 가장 높은 3층의 중앙 성소까지의 높이는 총 65m이고 계단이 매우 가파르다. 신성한 산을 뜻하는 중앙탑의 끝부분은 연꽃모양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고 공이 들어갔다. 이런 작은 디테일도 놀라운데 이 유적이 위대한 이유는 오랜 역사와 웅장한 규모는 물론이고 오래전에 거대한 규모로 지어졌음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고도의 정교한 건축기술에 있다.
앙코르와트는 크메르 제국의 왕 수리야바르만 2세가 1122년부터 1150년까지 28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세웠다. 하지만 앙코르와트가 완공되고 30년도 되지 않은 1177년, 크메르 제국은 인근의 참족에게 공격을 당해 제국이 쇠락하게 되었다. 17세기말 이래로는 사람이 거의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앙코르와트의 면적이 워낙 넓었기 때문에 완전 잊혀진 것은 아니고 일본 순례자들이 찾아와 살기도 했고 포르투갈의 수도자가 1586년에 이곳에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박물학자였던 프랑스인 앙리 무오가 1860년도에 이곳을 탐험하였고 이를 기록했던 여행록이 유럽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앙코르와트가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한다.
- 따 프롬
따 프롬은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서 지은 불교 사원이며 앙코르톰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사원은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가기 전부터 매우 기대했던 곳인데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마치 사원과 한 몸이었던 것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기묘하고 신비로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앙코르 톰의 주변 유적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힐 만큼 인상적인 곳이었다. 용수라고 불리는 열대 교목이라는데 새들의 분료 속에 섞여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프놈 바켕, 바욘, 바푸온, 라이 왕의 테라스, 쁘레아 칸 등등 볼 것도 많은 앙코르와트를 다시 가게 된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그만큼 다 눈에 담고 싶다. 아주 사적인 나의 추억이 깃든 캄보디아에 또 갈 수 있기를 바란다.
'THIS & TH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움미술관 방문 - 상설전시 고미술 (0) | 2023.05.11 |
---|---|
리움미술관 전시 -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 (4) | 2023.05.10 |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 2만명대 돌파 (0) | 2023.05.03 |
샤넬 2023/24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 쇼 - 트위드 소재 (0) | 2023.04.28 |
2023년 봄 경복궁 야간관람 시작 - 티켓 구매 정보 (0) | 2023.04.12 |
몬세라트의 추억 – 뭉쳐야뜬다 리턴즈를 보고 (0) | 2023.04.11 |
공주 공산성 가볼만한 곳 (0) | 2023.04.11 |
디올 2023 가을 레디-투-웨어 패션쇼, 아이린 숄더백 30 몽테인 에비뉴백 (0) | 2023.04.06 |
댓글